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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 발칙한 상상의 끝

투명에가까운블루 2015. 12. 28. 17:04

이와이 슌지 감독의 4월 이야기를 보러 갔다가 한 편의 예고편을 봤다.

접해 본 적이 없는 벨기에 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의 웰메이드 예고편이었다.

 

예고편 한 편에 한 동안 온 신경이 이 영화의 개봉일로만 향해 있었다.

[이웃집에 신이 산다] 이 영화와 딱 매치되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어쨎든 개봉일은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이 영화 예고편을 보고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단어는 '취향저격' 딱 이 한 단어였다.

최근에 만난 몇명의 친구들도 "너가 딱 좋아할 만한 영화 나왔던데?" 하며 이 영화를 지목한 것을 보면..

어지간히도 취향이 들통나 있는 것 같다.

예고편에 대한 얘기가 길어졌는데 결론을 먼저 말하자면


"예고편과 실제 영화의 느낌은 꽤 다르다. 언제나 그랫듯이"


이 영화가 18세 관람가라는 것만 봐도 예고편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영화가 좋지 않았다는 얘기는 아니니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개봉 후 이틀이 지난 12월 26일.

당초 오늘의 계획은 '예술의 전당 - 내셔널 지오그래픽전'을 보고 '대림미술관 D MUSEUM의 9 Lights in 9 Rooms'를 볼 예정이었다.

토요일 예술의 전당은 언제나 그랫듯 분주했지만 무사히 내셔널 지오그래픽전을 보고 한남동 대림미술관으로 향했다.

눈을 의심할 정도로 많은 인파... 단숨에 포기하고 조금 한가한 서울 근교쪽으로 향하였다.

가끔 예매가 힘든 흥행영화를 볼 때 이용하는 극장에서 기대하던 [이웃집에 신이 산다] 보게 됐다.



[이웃집에 신이 산다]의 스토리를 간단히 설명하면,


영화의 배경인 벨기에 브뤼셀을 심심해서 창조한 신.

형편 없고 오타쿠에 가까운 신(아버지)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가출을 하는 에아(딸)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기존의 12명의 사제외에 6명을 사제를 모아서 새로운 신약성서를 적어가는 내용이다.

  

주제부터 꽤나 파격적이고 발칙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영화다.

이런 파격적인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 영화도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온 내 느낌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보고 나왔을 때 정도의 감탄' 이었는데.. 

옆에 누군가는 '네이버 7.8점의 평점을 보며.. 100만점에 7점 아냐?' 라는 얘기를 할 정도이니.. 

얼마나 극명하게 호불호가 갈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웃집에 신이 산다]에 대한 평이 이렇게 달라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 영화가 기존의 우리의 고정관념을 너무 심하게 붕괴시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발상이 독특하네' 정도 느낌이 드는 수준이 아니라 생각의 벽을 허무르려고 철퇴를 휘두르는 느낌의 영화다.

그래서인지 가끔 새로 등장하는 캐릭터나 전개되는 상황에서 관객들의 '설마.. 설마..' 하는 소리가 작게 들리기도 하고 탄식 소리도 들린다. 





그 시작은 신(하나님)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이웃집에 신이 산다]의 비중은 크지 않지만 악역이라고 볼 수 있는 신은 하루에 하는 일이 TV로 스포츠 경기를 보거나 방안에 박혀서 컴퓨터로 자신이 만든 인간세상을 괴롭히는 고지식하고 살짝 미쳤다는 느낌이 들 정도의 캐릭터를 하고 있다.

컴퓨터가 없으면 아무 능력도 없고 심지어 자신의 어린 딸을 벨트로 때리기까지 한다.


[이웃집에 신이 산다]의 이러한 발칙하다 못해 과격하기도 한 설정이 접하는 관객의 성향에 따라 평가가 좌우되는 큰 요인이 된다고 보인다.

기독교를 믿는다거나 하는 종교적 성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말하는 것이다.

나야 직업적으로 광고, 마케팅일을 해왔기 때문에 오히려 이런 것들에 열광하고 추구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생각의 한계선을 넘는 상황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나도 몇 몇 부분에서는 불편해지는 순간들이 있었고, 그 때마다 자신의 고정관념을 재인식하기도 했다.



[이웃집에 신이 산다]의 주인공인 에아가 찾아다니는 6명의 사제는 다양한 상징성을 지닌다.

이 사제 6명은 마치 세상 사람들을 샘플링한 6명과도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고 나면 이 6명의 이야기 중 어떤 이야기가 가장 공감가는지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누군가와 함께 본다면 영화 감상 후 그런 얘기를 나눠보는 것도 [이웃집에 신이 산다]를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제 6명의 상징성을 얘기해보자면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아서 숫자로)


1. 장애나 컴플렉스로 인해 타인에게 마음을 닫았지만 순수함을 간직한 사제

2. 답답한 생활에 갇혀 자유를 선택했지만 방법을 모르고 결국 공원의 벤치 한 곳에 자신을 가둔 사제

3. 여유로운 생활을 하고 있지만 내면의 외로움이 가시지 않는 사제

4. 자신안의 본성과 평범한 삶 사이에서 갈등하는 사제

5. 어릴 적 기억에 갇혀 지내는 사제

6. 병약한 몸으로 부모의 과잉보호에 답답함을 느끼는 사제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법한 고민에 스토리를 입혔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2번 사제가 가장 공감 갔지만 같이 본 친구는 3번 사제에 공감하는 등 각자의 고민이 투영된 캐릭터와 그 스토리에 관심이 더욱 가는 것 같았다.





[이웃집에 신이 산다]는 18세 관람가지만 그 내용을 표현함에 있어서 야하거나 잔인하지 않다.

불필요하게 자극적이려고 하기 보다는 스토리를 통해 우리의 고정관념을 자극하는 영화다.

나는 인생의 영화에 넣을만큼 이 영화를 보고 만족하였고, 한참동안 그 여운에 빠져 있었다.

지금 망설이고 있거나 연말 새해에 볼만한 영화를 찾는다면 강추하고 싶은 영화다.

다만, 이영화를 보기 전에 '뇌를 유연하게 새로운 것에 대해 관대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즐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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