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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껍질 없이 부드러운 단팥 : 영화 앙

투명에가까운블루 2015. 10. 14. 17:50

스물 살 때 한창 일본 영화에 빠졌던 시기가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다양한 영화를 많이 접하였고, 덜 유명한 영화를 찾다 보니 일본영화가 많았다." 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사람들과 가끔 영화를 하다보면 일본영화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다수 있는 것 같다.

누군가는 '그 특유의 오버스러움이' '너무 잔잔해서' '뜬금없이 특이해서' 등의 이유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앙단팥 인생 이야기"  나누어 보자면, '너무 잔잔해서'에 가까운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영화 앙

 

위의 글만 보고 나면 왠지 이 영화에 대해 안 좋게 말하는 것 같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와서 같이 본 친구에게 처음 한 말은,

"올해 본 영화 중에 제일 좋았어" 였다.

최근에 본 영화도 있고 해서 지금은 생각이 다르지만, 그만큼 마음에 든 영화였다.

[간단 줄거리]

작은 토라야키 가게를 운영하는 센타로.

아르바이트생을 지원한다고 찾아 온 할머니 도쿠에.

도쿠에가 만든 단팥 덕에 가게는 손님들이 줄을 이룰 정도로 잘 되기 시작할 때쯤 찾아 온 이별과 도쿠에가 간직한 비밀

 

 

 

이 영화의 소재가 되는 토라야키는 쉽게 표현하면 얕은 팬케이크 사이에 단팥을 끼운 느낌의 일본에서 편의점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전통 음식으로 나도 일본 유학 당시 자주 먹었던 음식이다.

(영화에서처럼 가게에서 바로 만들어서 파는 것은 본 적이 없지만..) 

이 영화를 한 마디로 하자면,

"겨울에 따듯한 단팥죽을 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하는 영화"

심야식당 주인과도 같은 느낌의 과묵한 아저씨 센타로, 예의 바르고 특이한 할머니 도쿠에.

이 두 캐릭터 모두 일본 배우들이 유난히 잘 연기하는 역할이다 보니, 일본영화 특유의 맛을 잘 느낄 수 있게 해준다.

 

도쿠에의 비밀 레시피에 따라 단팥을 만드는 장면은 마치 '냉장고를 부탁해' 를 보는 것 같은 요리 방송 특유의 집중도를 만들어 낸다.

단팥의 소리에 집중하고 단팥에게 말을 거는 도쿠에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요리 방송과는 다른 진심과 따듯함이 더해져 나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저건 진짜 맛있을꺼야' 라는 기대를 갖게 되기도 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을 만들어내는 것은 감독의 절제와 섬세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관객을 자극하고 싶은 욕구를 최대한 눌러서 매끄럽게 만들고 빈 부분은 섬세한 표현으로 메꾼다는 느낌이다.

마치 도쿠에가 시간을 늘리고 몇번씩 같은 작업을 반복하며 단팥을 만드는 느낌이 이 영화를 만드는 감독의 방식과 일치하는 느낌이다.

(영화를 본 후 감독을 보니, 여성 감독이어서 '아 그래서 이렇게 부드럽고 섬세하구나.' 하고 납득했다.)

도쿠에가 가게를 그만두게 되는 영화로 보면 하이라이트에 해당하는 부분이 이러한 특징을 가장 잘 보여준 장면으로 생각한다.

 

 

 

기분 좋게, 마음 따듯하게 본 영화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후반에 사회 문제쪽으로 스토리가 이어지면서

이전까지의 영화의 일관된 분위기가 조금 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는 점이다.

 

껍질까지 정성스럽게 제거된 부드러운 단팥의 느낌이 나는...

따뜻하다는 표현보다는 따듯하다는 느낌이 어울리는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

쌀쌀한 날씨에 마음에 따듯함이 필요하다면 추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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