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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삶에 대한 어느 날 어느 생각

투명에가까운블루 2016. 6. 17. 01:46

어릴적 적었던 글이 보여서 문득 이런 생각도 했었지 하는 마음에 올리는 "삶에 대한 어느 날 어느 생각"

 

야간알바로 뒤죽박죽이 된 생체 시간

오늘도 저녁10시에 기상해 어영부영 티비보다 영화보다 하다보니

밥 달라고 꼬르륵..

대충 자루소바를 만들고 있는데 왠지 왼쪽이 근질근질 먼가 있는 느낌...

돌아보니 쥐덫에 걸린 사람으로 치면 초딩쯤 될법한 작은 쥐 한마리..

부엌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10분가량 동거하고 있었던건가..

나를 의식해서인지 꼼짝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 이러다 안 되겠다 느꼈는지 발버둥을 쳐본다.

당연히 덫에서 벗어나지는 못한다.

지친듯 잠깐 쉬더니 이번엔 우는 듯 어깨부분이 들썩들썩 균일한 박자로 움직인다.

아직은 어린 쥐라서인지.. 그냥 힘들어보이는 그 모습에 끌린건지..

살려주고 싶은 생각이 마음 한켠에서 생겨나 점점 잠식해 들어온다.

쥐를 직접 집어서 꺼내주는건 아무래도 자신이 없다.

그냥 쥐덫채로 밖으로 던져줄까.. 그러나 여기는 4층..

내 손으로 죽이는것밖에는 되지 않는다.. 혹시 떨어져 살아도..

이 고양이 많은 일본에서 끈끈이에 쫙 달라붙어있는 쥐는.. 먹이밖에 안 되리라..

아침에 누군가 치우겠지 생각하고 돌아서 방으로 돌아가는데 그 짧은 거리.. 딛어봐야 5발자국뿐인

데 그 5발자국이 어찌나 무겁게 느껴지는지..

 

 

왜일지 생각해본다.

끈끈이에 걸린 쥐를 처음보는 것도 아니다.

군대 시절 한번 봤던 어쩔수 없는 사정에 숨한번 들이키고 잽싸게 집어 봉지에 싸서 땅에 묻었던

경험도 있으니..

그러고 보니 그 때의 쥐하고 거의 똑같은 크기다.

국적이야 틀리지만.. 머 쥐들끼리도 국적 따질지 알바 아니고..

그 때는 그냥 쥐 끈끈이를 잡는게 무서웠다.

살려줘야겠다는 생각 불쌍하다는 생각은 쥐꼬리 만큼도 (쥐를 잡는 상황에서 표현이 좀 아이러니하지만)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틀리다.. 두려움은 없다.. 가만히 바로 옆에서 몇분을 지켜본 것만 봐도 두려움은 없는 듯하다..

왜일까 왜일까.. 의자에 앉아 잠시 생각을 해본다.

좁은 방 의자에 앉아 있는 지금의 내 모습과 끈끈이에 붙은 쥐의 모습이 자연스레.. 마치 똑같은 그림을 겹치듯 겹쳐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건가.. 그래서 꺼내주고 싶었던 건가..

지금의 내가 구해줄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나랑 같이 느껴지는 그 쥐의 누군가가 되고 싶었던 건가..

 

생각이 여기에 미칠때쯤 쥐의 발버둥 치는 모습이 떠오른다.

분함과 아쉬움이 섞인 눈물을 흘리듯 강하게 들썩이던 그 어깨도..

나와 같다 여긴 것에 대해 쥐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방 안 구석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죽음이 오기를 기다리면서도 어쩔 수 없이 현실에 한발 걸치고

현실을 사는 척 하고 있는 나와는 달리 그 녀석은 끝까지 살려고 했으니깐 지쳐 몸이 움직이지 않을 땐 분해서 그렇게 강하게 울 수도 있었으니깐..

 

#삶에 대한 생각 #삶에 대한 태도 #사는 방법 #어느날 어느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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